반도체 이야기
중소기업 팹리스 회사에 약 10년을 재직하면서 '이제까지 나는 무슨 일을 했을까' 정리도 할 겸 간간히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팹리스 회사라고 하면 뉴스에서나 가끔 들어봤을 법한 단어일 텐데 팹리스 회사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팹리스(Fabless) 회사란
팹리스는 생산(Fabrication)과 less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반도체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반도체 회사를 의미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선 크게 설계, 생산, 패키지, 테스트를 거치는데 완성품의 가장 첫 단계인 설계를 맡아하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완성된 칩에 대한 소유권, 영업권은 팹리스 회사에 있기 때문에 칩이 잘 팔리면 그만큼의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잘 알려진 글로벌 팹리스 회사로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있고 우리나라는 대표적으로 LX세미콘, 어보브반도체, 에이디테크놀로지 등이 있습니다.
팹리스 회사가 하는 일
팹리스 회사의 주요 업무는 연구개발(R&D)입니다. 반도체 칩 하나를 만들기 위한 회로 설계, layout 등 파운드리 회사가 하는 반도체 생산 업무를 뺀 나머지 작업들을 다 한다고 보면 됩니다. 한마디로 공장이 없는 반도체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로 생산 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설 투자와 같은 큰 비용 없이 우수한 설계 기술과 판매처만 있다면 로열티만으로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중소 팹리스 회사가 살아남는 법
팹리스 회사들은 설계 이외에 생산, 패키지 등의 모든 과정이 외주로 이루어집니다. 연구개발(R&D)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기업의 대부분의 비용은 인력비로 나가고 그만큼 개발에 필요한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칩의 경우 설계가 완료되면 삼성, TSMC와 같은 파운드리 회사에 생산을 의뢰하는데 생산비용이 몇 천만 원에서 몇 억까지도 들고 적어도 2달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설계 단계부터 생각해 보면 반도체 칩 하나를 설계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칩이 나온다고 해서 판매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서 국내 많은 중소 팹리스 기업이 적자에 시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MPW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반도체 칩 하나를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칩 하나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운드리 기업에서는 MPW라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MPW란 Multi-Project Wafer의 약자로 한마디로 웨이퍼 하나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함께 넣는 것입니다.(웨이퍼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한 원형의 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젝트는 각각 다른 회사일수도 있고, 한 회사에서 여러 개의 샘플을 만들어 넣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한 웨이퍼에 한 개의 칩만 생산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공유오피스처럼 여러개의 프로젝트들을 모아서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칩을 만들고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것이 파운드리 업체에서 제공하는 MPW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MPW는 파운드리마다 다르지만 1년에 1~2번 정도 진행되고,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팹리스 기업들은 파운드리 기업의 일정에 맞추어 설계를 하게 됩니다. MPW로 설계된 칩들은 일종의 테스트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설계한 칩이 한 번에 잘 나오면 좋겠지만 반도체 세계에서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MPW를 통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샘플을 확보해 테스트를 하면서 칩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또한 샘플 칩으로 수요처를 미리 파악하고 영업 전략을 확보해 놓아야 추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MPW는 팹리스 기업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반도체 회로 설계는 많은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수요도 부족하고 뛰어난 인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해외로 많이 나가 국내 회로 설계 인력들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팹리스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도 그중 하나겠지요. 설계한 칩이 성공하지 않을 경우 그 과정에서 드는 생산비용이나 기타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감이 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 따른 보상이 크고 반도체 산업 또한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10년 동안 일해도 아직 반도체 새내기 같지만 공부하는 차원에서라도 앞으로 열심히 반도체 이야기를 끄적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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